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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닥쏙닥J 2008/07/23 00:15 by 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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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 A씨는 어느 날 어린 조카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치! 삼촌이 해준게 뭐 있어?"

귀를 의심케 하던 그 말. 순간 머리가 띵해져 뒷목을 부여잡으니 무릎이 푹 꺽이더라나. 그렇게 물고빨고 예뻐하던 조카가 이제 컸다고 삼촌한테 '해준게 뭐 있느냐'며 따지는 것이다.

누나네 네 식구와 부모님과 함께 사는 A씨는 조카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태어날 때부터 시작해 백일, 돌잔치, 어린이 날 등 빠짐없이 선물에 돈을 아끼지 않았고, 주말이면 데이트를 포기하고 놀이공원에 데려가기도 했고, 엄마한테 혼나는 조카 역성 들어주는 것 또한 그의 몫이었다. 매일 거실 바닥에서 말 태워 주고 목마 태워주며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끼던 조카가 이제는 저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주지 않는다고 삼촌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심한 충격을 받은 A씨는 결국 그 날 이후 약 열흘 동안 조카와 말을 안하며 '삐침' 상태에 들어갔다. A씨의 얘기를 듣던 사람들은 덩치 큰 30대 남성이 어린 조카에게 토라진 일'을 두고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지만, 농담만은 아닌 것 같았다.

A씨의  부모님과 누나네 부부는 '아직 애가 어려서 그런거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을 권유했다.

차라리 부모였다면 자식 키우는 게 다 그런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역시 애 키우는 것은 힘든 일이며, 나도 부모의 가슴에 못박은 적이 얼마나 있었던가, 옛 생각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을터다.

그런데, 조카다. 한 집에 살면서 자식처럼 키우고 아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식도 아니요, 일촌도 아닌 엄연한 삼촌 관계다.

어른들은 '결혼해서 니 애 낳아 봐라. 조카들이 눈에 들어오나'하며 조카를 사랑하는 것이 다 한때인 것을 상기시켰지만, A씨의 상처는 컸다.

하지만..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조카는  초등학교 들어가서부터 못하는 말이 없더니, 마론 인형을 사주면 "이거 중국산아니지?" 묻질 않나, 다른 집 삼촌은 뭐뭐를 사줬다며 은근히 비교하질 않나, 얄미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나.


고보니, 남의 얘기가 아니다. 내게는 17개월이 된 끔찍히 사랑스러운 조카가 하나 있다. 첫 조카라서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쑥쑥 자라나고 있다. 잠 투정할 때 제 엄마보다는 할머니를 더 찾는 조카는 우리집에 웃음을 넘치게 하는 유일한 동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카보다 더 큰 복병이 있으니 바로 조카의 엄마, 즉 우리 언니다.

"우리 애기 OO사야하는데, 이번엔 막내이모가 사줄거지?*^^*"
"어~ 그럼그럼! 사 사~"

이런 대화가 한달에 두어번은 오고 간다.

퇴근하고 집에 오는 골목길, 저 멀리 세발 자전거에 올라탄 조카와 자전거를 밀어주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멀리서도 이모를 알아보고 좋아서 펄쩍펄쩍 들썩이는 조카를 재빠르게 들어올려 품에 쏘옥 안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 행복하다.

내가 밥 먹을 때면 무릎에 살짝 올라 앉아서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자신이 먹고싶은 것을 가르킨다. 수박이 먹고 싶을 때는 '슈~~' 하면서 입술을 내밀고, 치즈가 먹고 싶을 때는 냉장고 앞에서 '치치 치치'거린다.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고, 같이 누워서 TV보다 잠들고, 저녁에는 같이 손잡고 산책을 나가면서 조카는 내게 너무나서 커다란 일상의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이 꼬맹이도 언젠가는 '이모가 해준게 뭐가 있어' 하며 투정을 부리겠지. 어쩌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 컸다고 철없이 볼멘 소리를 할 때면 서운함에 야속함에 꿀밤이라도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내겐 천사같은 조카일 뿐이다.




-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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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와 小說 2008/06/20 01:19 by 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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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씨, 이 책 읽어봤나? 난 반쯤 읽었는데 말이야 괜찮더라고. 00씨가 읽으면 아주 공감할거 같은데…."

A가 내게 와서 한 소설책을 두고 말을 걸기 시작한다. 아니, 어떤 내용이길래 내가 공감할 것 같다는 섣부른 판단일까. 매우 바쁠 때였으므로 나는 "아, 그래요?"하며 적당히 대답을 하고 무심히 외면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하나 있다.  

남들이 재밌게 읽었다는 책, 감동깊게 들었다는 음악은 반드시 꼭 찾아서 읽어보고 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 사람이 말한 책이 어떤 내용일까 참을 수 없을만큼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결국 그 궁금함을 참지 못해 그날 당장 책을 구해 퇴근 길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그로부터 이틀만에 모두 다 읽어버렸다. 책을 빨리 읽는 타입이 아닌데, 아주 깔끔하게 해치웠다.

장편소설 '스타일'은 1억원의 상금이 걸린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백영옥이라는 매우 동안의 외모를 갖춘 나이 서른을 넘긴 작가의 작품이다. 당선 당시 심사평을 보자.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고 들여다보기를 열망하는 음식, 패션, 섹스 등의 세계를 매우 역동적으로, 수다스럽게, 대단히 잘 읽히는 문체로 그려냈다. 그러면서 장을 이어나가면서 점점 흥미로움을 점층시키는 구성이 아주 뛰어나서 손에서 떼어놓기가 힘들었다는 점, 작가가 어떻게든 상처받지 않고 더러운 세계를 견디면서 진정성을 지켜가려는 젊은이들을 자기 세대로 끌어안기를 전혀 피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하여 이 시대의 피상성, 깊이 없음을 쿨하게 잘 형상화했다는 점 등이 돋보인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새로운 감각의 작가들이 눈에 많이 띄었는데, 그들의 글쓰기는 처음에 매우 낯설었다. 소설이란 모름지기 깊이있고, 밀도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작가는 정이현이었다. 그의 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처음 읽었을 때 적잖이 놀랐다. 작가가 들으면 기분 나쁠 말이겠지만, 잘 갖추어쓴 인터넷 소설같기도 했다. 하지만 글의 역량으로 볼 때 절대 만만찮게 볼 수 없는 작품이다.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어떠한 소설을 두고 얘기할 때 '정이현 스타일이네'라는 말을 많이 쓴다. "그 소설 어때?" 물으면 "음, 약간 정이현 소설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어쩌구 저쩌구"하며 답을 하는 식이다. 매우 도시적이고 가독성이 뛰어나며 일종의 쿨한 소설을 말한다.  

이제 소설속의 여주인공들은 공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야간 학교를 다니거나, 이혼한 부모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해 홀로 꿋꿋히 일어서려 발버둥 치지 않는다. 세월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으며 이제는 더이상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주인공은 없다. 압구정동이 배경으로 나오고, 여주인공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뚜껑이 열린 스포츠 카에 올라타 드라이브를 한다.

어쨌든 A의 말대로였다. '스타일'은 정말 심하게 공감이 갔다. 명품에 눈이 가면서도 불쌍한 아이들을 돕고 싶어하는 그 이중성에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도 현실감 있었고, 결국 화해와 용서로 끝을 맺는 결말 또한 결코 싱겁거나 허무하지 않았다.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작가의 재치와 유머가 넘쳐 흐른다.

그런데, 과연 남자들이 읽어도 재밌을까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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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닥쏙닥J 2008/06/07 23:24 by 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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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스프링말이라면 맨발로도 뛰쳐나갈 만큼 좋아했다고 한다.

그때 우리는 그것을 '말장사'라고 불렀고, '말장사 아저씨'에게 100원을 주면 아저씨가 우리를 번쩍 안아 말에 올려놓았다.

보통 30분씩 말을 탈 수 있었으며 아이들이 없는 때라면 운좋게 더 오래 태워주기도 했다.

'말장사 아저씨'는 스피커를 통해 아주 크게 동요를 틀면서 수레를 천천히 끌고  다녔다. 그러다가 적당한 골목에 세우면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집안에 있다가 말장사가 온 것을 알게 되는 것도 노래소리가 방안까지 선명히 들리기 때문이었다.

'내 동생 곱슬 머리, 개구장이 내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개~'

세살 터울인 언니는 나랑 단둘이 집에 있을 때 말장사가 올까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고 한다. 내가 귀를 쫑긋세우고 있다가 동요 소리가 들려오면 '말장사다!'하며 밖으로 뛰어나갈까봐였다나..

그래서 우리 언니는 노래소리가 들려오면 말장사 아저씨가 온 것을 모르게 하려고 내 귀를 막기도 했다 한다. (꼬맹이한테 너무 했군)

하지만 나는 이런 노래 소리가 들려오면 언제나 부리나케 알아채고 말았던 것이다. 신나게 말을 타고 뛰는 그 기분은 어쨌든 지금 생각해도 신나는 일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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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부터 어린애가 있는 집집마다에 1인용 스프링말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장사 아저씨들은 더이상 동네 골목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는 아파트 놀이터에 가봐도 이런 스프링 류의 놀이기구들은 돈을 내지 않고도 흔히 탈 수 있으며 이보다 더 재밌고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즐비하다.

가끔 놀이터를 지나면 그 때 그 시절, 100원짜리 동전을 꼭 쥐고 밖으로 신나게 뛰어나가던 개구장의 모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지곤 한다.


詩를 좋아하던 대학 시절, 이 이야기를 한번 詩로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실행에 옮기진 못했지만 2001년 새해에 다른 사람의 詩로 만나게 됐다.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작이었다.  


스프링 위를 달리는 말

신혜정


분홍 빛 말이 나를 유혹했어요

말을 타려고 하는데 해진 바지 사이로 무릎이 보이네요

말장사 아저씨가 입은 회색 점퍼 소매에도 누런 솜털이 삐죽거려요

아까부터 아저씨는 저기 공장굴뚝처럼 기침을 토하고 있어요

나는 달리고 있었거든요

달리는 말 위에서 달리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나는 말 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위로 솟으면 초록과 빨강 줄무늬 천막이 보이고

내려오면 내 바지처럼 군데군데 구멍난,

쓰레기더미 같은 판자집이 보였어요

연탄재들은 오늘 아침 차에 실려 떠났어요

말장사 아저씨는 네발달린 의자에 안장처럼 앉아있네요

아저씨가 움직일 때마다 의자가 삐그덕 소리를 냈어요

나는 달리고 있었거든요

달리는 말 위에서 달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말발굽 소리 대신 녹슨 스프링만 자꾸 삐그덕 거렸어요

창호지 바른 우리집 창문에 불이 켜지네요

이제 말들이 리어커 바퀴에 실려 떠날거예요

나는 달리고 싶었거든요

다리가 없는 분홍 빛 말 위에서 나는 달리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엄마, 연탄재는 왜 또 내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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